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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야

[골절 일기#4] 제5중족골(발등뼈) 골절 3주차 - 수술에서 퇴원까지

2020년 1월 31일, 제5중족골 골절 3주 차에

나는 결국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 결정까지의 이야기는 아래를 참조 ㅠㅠ

 

[골절 일기#3] 제5중족골(발등뼈) 골절 2주차 - 수술 날벼락 소식

[2020.01.17 - 제5중족골 골절] [골절 일기#1] 제5중족골(발등뼈) 골절 - 발등뼈가 쪼개졌던 그 암울했던 이야기의 서막 골절 환자의 대부분이 그렇듯 골절 사고는 정말 하찮은 이유로, 생각지도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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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츤데레 선생님이 계신 족부 전문 정형외과를 오기 전

먼저 들렸던 자본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리고 상담실장이 따로 있던 그 병원에서는

발등 옆을 째서 부러진 뼈 옆에 판을 대고 나사를 박아 고정하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고

수술도 수면마취로 하반신 마취를 해야 한다고 추천했었다.

수면마취가 좋은 점은 무시무시한 수술 과정을 알 필요 없이

잠시 잠들다 일어나면 모든 것이 끝나 있다는 점인데

대신 잠에서 깨어난 후에는 몇 시간 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머리를 낮게 유지)

고개를 못 드니 먹지도 못하고

이런 골치아픈 과정을 겪게 되드라.

(머리가 높은 자세가 되면 남은 마취약의 영향으로 굉장한 두통이 오기 때문이라고 함)

 

내가 수술을 하게 된 정형외과에서의 수술법은

수면 마취를 하지 않고, 하반신 전체 마취가 아닌 

골절이 있는 오른쪽 다리만 부분 마취를 하고

(발 끝부터 허벅지 윗부분 까지만 감각을 잃음)

뼈에 판을 대지는 않고, 간단히 작은 나사만 두 개를 박아 고정시키는 방법이었다.

 

아니, 누가 봐도 이게 훨씬 더 간단하지 않음?

발등 옆을 째는 수술은 흉터도 5cm 이상 생기는 것이었는데

이 수술은 나사 박을 자리만 살짝 구멍을 내는 것이어서

수술 후 흉터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데?

가격도 심지어 130만 원 이상 저렴했음?

70만 원 안짝으로 입원비까지 끝낼 수 있는 수술을

200만 원 들어간다고 했던 그 병원 정말 나쁘다. 막 어딘지 이름 밝히고 싶다.

 

 

 

여하튼, 이렇게 수술을 진행하기로 하고

수술 당일 오전 9시 30분쯤 남자 친구와 함께 병원을 방문하게 됩니다. 따흑-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간단한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수술이라는 것을 앞두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수술 후 3박 4일을 입원해 있어야 하므로

나름 짐도 바리바리 많다.

이불에 베개부터 시작해서 충전기, 갤탭, 휴지와 물티슈(꼭 챙기셈), 속옷,

슬리퍼, 세안 도구 등 은근히 짐이 많다.

전날 자정부터는 당연히 금식.

병원에 도착해서 4인실을 배정받는다.

2인실에도 한 분이 계셨고

4인실에도 한 분이 계시길래

당연히 4인실로 선택 ㅋㅋㅋㅋㅋ 

 

간호사쌤이 입원복을 가져다주신다.

넉넉한 사이즈로 미리 부탁드림. 읏흥-

 

창가쪽 상가뷰에 자리를 잡음. 밤마다 간판 불빛 장난아님........

 

수술을 위해 열흘간 착장하고 있었던 통깁스를 떼어낸다.

위험하지 않은 커팅 날이 달린 그라인더로 깁스를 쪽- 하고 갈라내는 것이므로

크게 겁먹을 필요가 없다.

당신이 겁먹을 것은 통깁스 뒤에 숨어 있던 다리의 각질뿐....우어어...

 

휠체어를 타고 마취실로 간다. 극도로 긴장되는 순간.

부분 마취는 아프다기보다는

바늘이 신경을 건드릴 때마다 발가락 끝까지 찌릿찌릿 한 느낌이 드는데

아주 그 느낌이 불쾌하기 짝이 없으나

일단 참을만하다.

 

마취 후 다시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돌아가

수술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마취한 다리가 정말이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ㅋㅋㅋㅋㅋ

그냥 거대한 고깃덩어리 같은 느낌임 ㅋㅋㅋ

너무 웃긴데 너무 무섭기도 하고 아 미치겠어 ㅋㅋㅋㅋ

 

남자 친구랑 고깃덩어리를 들었다 놨다 하다 보니 수술 시간이 돌아왔다.

다시 휠체어를 타고 수술실로 들어간다.

처음 해보는 수술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섭기만 하다.

수술대에 누우니 간호사 선생님들이 바쁘게 수술 준비를 하신다.

긴장을 풀어주시려는지 말을 계속 걸어주시는데

선생님 미안해요 긴장이 풀어지질 않아요 ㅋㅋㅋㅋㅋㅋ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실은 겁나게 무섭다구요 선생님

 

생각보다 긴 준비 시간이 지나자 우리 츤데레 선생님 등장

무수면 마취가 제일 무서운 이유는

수술하는 동안 내가 제정신이라는 점

기분 나쁜 드릴 소리부터 시작해서 모든 진행상황이 내 귀로 다 들림 ㅋㅋㅋㅋ

그치만 신기하게도 정말 감각이 하나도 없다. 

드릴질을 하시는 걸 보면 이미 칼질은 하셨다는 건데

언제 칼을 대셨는지도 모를 정도로 내 다리엔 아무 감각이 없음

 

한 시간 반 정도, 그렇게도 걱정했던 수술은 생각보다 아프지 않고 무섭지 않게 끝이 났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수술하는 동안 너무 추웠다는 점.

막판에는 막 이불 달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까지 추움.

온몸이 덜덜덜덜 떨림. 

추위를 빼고는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었던 수술이었다.

 

기분 좋게 내 병실로 돌아온 후 간호사쌤께 여쭤본다.

선생님, 저 바로 뭣좀 먹어도 됩니까?

상관없으니 바로 식사하셔도 된다고 한다.

이야~~ 이것이야 말로 무수면 마취의 최고 좋은 점!

그냥 다리에 감각만 없을 뿐 나의 위장과 미각은 살아있으므로

수술방에서 나오자마자 남친이 사 온 빅맥세트를 바로 때려주심. (햄최몇? ㅋㅋㅋ)

 

마취가 슬슬 풀리고 아프면 진통제 더 빨리 들어가도록 링거에 연결된 버튼을 누르라고 하시는데

심지어 마취 다 풀렸는데 아프지도 않음

이쯤 되니 보호자로 불러다 놓은 남자 친구에게 미안해질 정도임

남친이 하는 일은 식사와 간식을 사다 나르는 것뿐임. (사실 가장 중요한 일)

 

 

 

작은 수술이긴 했어도 살을 가르고 속을 헤집은 후 다시 봉합을 하였으므로

3박 4일간의 입원은 필수다.

항생제 및 수액을 계속 맞아야 하기 때문.

나의 경우는 빠른 회복을 돕는다는 비타민류 같은 것도 계속 맞았음

 

그리하여 아프진 않으나 입원 생활을 계속 이어가야 했고

매일 엄청나게 자거나 먹거나 넷플릭스로 시간을 보냈으며

(사실 이런 생활패턴이 개인적으로 잘 맞아 지겹지도 않게 너무 잘 지냄)

남친은 매 끼니 먹을 것과 주전부리를 사들고 병원을 계속 방문 (때마침 주말이었음 ㅋㅋㅋㅋㅋ)

단 하나 불편한 것은 링거를 팔에 주렁주렁 달고 있어서 이동이 불편했다는 점

목발을 짚은 상태에서 어디 좀 이동하려면 링거 카트까지 질질 끌고 다녀야 하니

화장실만 한 번 가려해도 또 갈길이 구만리다.

 

3박 4일간 샤워는 엄두도 못 내고

머리는 중간에 한 번 감음

혼자 절대 못 감음. 또다시 남친 챤스 (이 사람은 무슨 죄임?? 왜 나에게 효도함??ㅋㅋㅋ)

 

이 수술은 나사를 박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 년 후 박아놓았던 나사를 빼내는 수술을 다시 한번 해야 함.

아직 먼 이야기이니 나사 빼는 수술 따위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절래절래...

 

수술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어렵지 않고 아프지 않게 잘 지나갔다.

골절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니

이후에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지

그게 제일 걱정이다.

다시 걸을 수는 있나 싶고, 내가 예전에는 두 다리로 걸었었나 싶고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계속 혼란하기만 하다.

 

퇴원 후의 이야기는 다음화에 계속.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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