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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야

[골절 일기#2] 제5중족골(발등뼈) 골절 1주차 - 당장 캐스트방수포 구매부터! / 반깁스에서 통깁스로의 변신 아-악!

2020년 1월 17일 새벽

다만 화장실에 가려했던 술 취했던 나는

그만 오른발 발등뼈, 제5중족골 골절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 황망했던 이야기는 아래를 참조.....하아....

 

 

[골절 일기#1] 제5중족골 간부 골절 - 발등뼈가 쪼개졌던 그 암울했던 이야기의 서막

골절 환자의 대부분이 그렇듯 골절 사고는 정말 하찮은 이유로, 생각지도 못한 사이, 갑작스럽게 나에게 닥치게 된다. (비오는 날 쓰레빠 미끄러져서 골절 되는 경우 겁나 많이 봄ㅋㅋㅋㅋ) 다른

eyagiya.tistory.com

출장지에서 골절사고를 겪고 반기브스를 해버린 나는

일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신세가 되어버리고 만다.

밥 먹으러 숙소 밖으로 나가는 길만 해도 구만리.

계단 하나하나가 에베레스트처럼 다가온다.

나 어뜩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몇 달 전 똑같이 중족골 골절을 당했다는 거래처 직원이

당장 캐스트 방수포부터 구매를 하라고 난리가 났다.

캐스트 방수포라니. 세상 태어나서 처음 듣는 제품이다. 검색을 해보자.

이것이 캐스트 방수포!

아, 그러고 보니 이런 제품이 없다면 난 씻을 수도 없는 거였구나.

더더욱 서러워진다.

반깁스 당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의 부상 부위에 걸맞은 방수포 하나를 출장 숙소로 배달시킨다. 아아...

그리고 이거 도착 전까진 샤워도 빠이빠이임. 아아... (나이쓰?ㅋㅋㅋ)

 

물건이 하루 만에 도착했다.

막상 장착 후 샤워를 해보니

이거 만든 사람 노벨상 줘야댐? 막 이럼 ㅋㅋㅋ

깁스에 비닐 씌우고 테이프로 칭칭 감은 후 샤워하고 이런 후기들도 많이 봤는데

우리 이러지 말기로 해요.

치킨 한 번 덜 사 먹으면 됨. 방수포 사야 댐. 골절되자마자 제발 바로 사셈 ㅋㅋㅋㅋ

구매를 고민하고 시간 끌면 끌수록 더러워지는 내 자신이 더욱 나를 자괴감에 빠뜨리게 될 수 있음 ㅋㅋㅋ

사실 캐스트 방수포로 한결 샤워가 수월해지긴 하지만

역시나 샤워 자체가 쉽지는 않다.

일단 한 다리가 반깁스 상태니 쪼그려 앉는 자세는 불가능하고

한 다리로 서서 눈을 감고 머리를 감으면 중심잡기가 힘들어지고

다 씻고 팬티 및 바지 등의 하의류를 입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하의를 입으려면 한 다리씩 들어 다리를 넣어야 하는데

깁스 쪽 다리로 서서 반대쪽 다리를 넣을 수가 없으니

변기에 앉은 상태로 팬티를 겨우겨우 입거나

나체 상태로 나와 바닥에 뒹굴며 팬티를 입는 볼성사나운 장면을 연출해야 함.

 

차라리 팔을 다치는 게 더 나은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미친 듯이 들기 시작함.

그치만 팔깁스 한 사람들은 또 나름의 겁나게 서러운 이유들이 있겠지... 하아.

 

내 차이지만 운전석 말고 조수석에만 실려다니는 나...

결국 출장도 끝나가고 나는 남자 친구에게 구출되게 된다.

내 차는 같이 출장 갔던 동료가 끌고 가기로 한다.

출장지를 떠나기 전, 정형외과를 다시 방문했다.

 

반깁스 후 5일 정도 지났는데 붓기는 많이 가라앉았으니 통깁스를 하고 올라가라고 하신다.

보통 골절 직후엔 붓기 때문에 바로 통깁스를 하지 못하고 반깁스를 먼저 하게 된다고 한다.

반깁스 후 최소 1주일 이상은 지나야 붓기가 가라앉고 

붓기가 가라앉은 다음에 보통 통깁스를 하게 됨.

나는 어차피 출장지를 떠나 집으로 가야 하기도 했고 붓기도 많이 가라앉은 상태라

조금 일찍 통깁스를 하게 된 것임.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통깁스

역시나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사 언니들이 내 다리에 통깁스를 감기 시작한다.

 

내스스로 벗을 수 없는 통깁스가 내 다리에 장착된다 생각하니

앞으로의 나날들이 아찔하기만 하다.

캐스트 방수포 찾다 보니

깁스용 긁개 같은 꼬챙이도 팔던데

이것도 샀었어야 하나 싶다.

 

 

뭐 혼자서는 어떠한 큰 일도 할 수 없는 나는

(출장지에 바리바리 싸온 짐가방 하나 조차 들 수 없음 따흑-)

남친의 도움으로 조수석에 실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반깁스를 졸업하고 통깁스 생활시작 및 골절 2주 차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따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