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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야

[골절 일기#5] 제5중족골(발등뼈) 골절 4주차 - 수술 회복기와 회사로의 미친 복귀

2020년 1월 17일 제5중족골 골절을 시작으로

2020년 1월 31일 나는 결국 중족골에 나사를 박는 수술을 받게 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수술과 이 믿어지지 않았던 그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의 포스팅을 참조.... 아아...

 

[골절 일기#4] 제5중족골(발등뼈) 골절 3주차 - 수술에서 퇴원까지

2020년 1월 31일, 제5중족골 골절 3주 차에 나는 결국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 결정까지의 이야기는 아래를 참조 ㅠㅠ [골절 일기#3] 제5중족골(발등뼈) 골절 2주차 - 수술 날벼락 소식 [2020.01.17 -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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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3박 4일의 입원을 마치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수술 직후에는 다시 반깁스를 장착하게 된다.

실밥을 뽑고 붓기도 어느 정도 빠지면 다시 통깁스를 하기도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그냥 반깁스 상태로 조심히 놔두자고 처방해 주심

 

퇴원 후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정형외과를 방문해서

수술 부위 드레싱을 하고, 2주 차 정도엔 실밥도 뽑고

그때그때 나아가는 상황을 모니터링받게 된다.

방문할 때 마다 매번 엑스레이를 찍어서

박아 넣은 나사도 잘 붙어있나 확인하고 하는데

남들은 골절 한 달쯤 되면 골진이 나오고 있는 게 확인된다 어쩐다 하던데

그런 건 1도 보이지 않고

그냥 나사가 제자리에 잘 붙어있구나, 이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다였음

 

사실 처음 깁스를 한 순간에는

한 2~3주 정도만 얌전히 있으면 뼈가 붙고 다시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아 이런 바보 천치 같은 생각을 하다니....

골절 4주가 지났어도 나는 여전히 깁스를 해야 하고 목발을 짚어야 하며

내 두다리로 절대 걸을 수 없는 상황이다.

6주 정도면 괜찮아진다는 얘기들도 많이 보이는데

이제는 그 말도 믿을 수가 없다.

횡단보도 위를 뛰어가는 저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는

나는야 골절 4주차

 

 

그동안 나의 출근은 어떠했는가를 잠깐 언급해 보고자 한다.

1월 17일, 출장지에서 골절 사고 후 깁스를 하고

구정 연휴 전까지 일주일 동안

나는 사실 현장에 출근하여 제대로 된 내 일을 할 수는 없었으나

점심이나 저녁에 사장님을 동반한 거래처 미팅 및 식사 약속이 잡혀있어

중간중간 목발을 짚고 계속 미팅에 참석했었다.

골절 초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 쉬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가 은근 같이 자리에 나가주었으면 하는 사장님의 의중을 알고 나니

도저히 숙소에서 쉬겠다는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심지어 나보고 맥주 한 두잔 정도는 괜찮다고 술까지 권한 너란사장인간....)

이럴 때는 미팅에 나가겠다고 해도 끝까지 말리는 사장이 찐사장 아닌가

우리 사장님 원체 속 좁은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하아.... 이런 위기 상황이 닥치니 아주 그 사람의 진면목을 파악할 수 있는 듯

 

회사 입장 생각해보면 또

월급 다 주고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직원일 뿐이니

괜히 내가 다 잘못한 거 같고, 사장님 마음도 이해가 가고

기를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가서 해야만 할 것 같고

아주 복잡한 심정에 빠지게 된다.

 

즉 1월 17일 골절 날부터 구정 연휴 전까지는

중요한 미팅에만 참석하는, 일주일간 출장지에서의 반(?)출근 상태였고

1월 24일 ~ 27일까지는 구정 연휴라 집에서 요양

1월 28일부터는 병가 시작

1월 31일에 골절 수술 및 입원 3박 4일 하고

2월 3일에 퇴원 후 일주일 집에서 쉼.

 

다시 말해 정식 병가는 1월 28일부터 2월 9일까지, 약 2주 동안이었으며

유급 휴가였고 (사장님 땡큐)

2월 10일 월요일, 골절 4주 차에 나는 회사로 미친 복귀를 단행하게 된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몇 가지 특징:

1. 업종 특성상 도심에 위치하지 못하고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해 있음

2. 회사 근처에 정차하는 버스는 무려 2시간에 한 대씩임, 택시 안다님

3. 회사까지의 거리는 25km이고,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으면 대중교통으로 편도에 2시간 40분이 걸림

4. 5인 미만의 초초초소기업이라 내가 하는 업무의 비중이 매우 크고 중요할 수밖에 없음

5. 사장님 마인드 쓰레기

 

도저히 더 이상은 눈치가 보여, 그리고 내 업무를 대신해줄 사람이 없으니

회사 복귀를 늦출 수는 없고 (아, 남들은 병가 한 달씩 내더만)

나는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하여 운전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남들처럼 택시라도 타고 출퇴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택시도 못타 (택시비 왕복 8만 원 이상)

대중교통도 이용 못하고 (편도 2시간 40분 소요, 버스에 못 올라탐)

이를 어쩌지 고민만 하던 중

올해 은퇴하시고 집에 계시는 아빠님을 떠올리고

나는 무작정 엄마빠하우스로 짐을 싸들고 들어가게 된다.

 

아빠에게 나의 출퇴근용 드라이버가 되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렸다.

기간은 약 3주간이며, 보수는 넉넉히 드릴 것을 약속하고

저를 좀 회사에 데려다주시렵니까... 아흐흑.... 이런 불효자 같으니라고.... ㅠㅠ

아빠는 흔쾌히 오케이를 하셨고 (노년 단기 재취업 성공)

무려 편도 70km가 넘는 거리를

아침저녁 출퇴근이면 총 편도로 4번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니

매일 28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해서

아침저녁으로 미천한 딸내미 출퇴근을 시켜주셨더랬다.

 

아... 아빠... 너무 죄송해요... 아흐흐흑-

이렇게 나의 슬픈 사무실 복귀는 시작되었어....

 

출근하기 전이지만 나 이미 지쳤어

 

골절 4주 차라고 해서 목발 워킹이 아주 익숙해 지는 것도 아님

물론 초반을 생각해 보자면 4주차 정도엔 씩씩하게 계단도 오르내리고

목발이 원래 내 몸이었던 듯 아주 장족의 발전을 한 것 같지만

아직도 빌딩의 유리문은 혼자 밀고 들어가기도 힘들고

(이거 진짜 장난 아님. 큰 유리문이면 정말 온몸에 힘을 주고 등으로 밀어야 들어갈 수 있음

간혹 문 열어서 잡아주는 시민들 있으면 감동해서 눈물 나옴. 다리 깁스만 아니었음 큰 절 올리고 싶음)

대중교통은 이용할 엄두도 못 낸다.

 

지하철은 엘리베이터랑 에스컬레이터(이것도 사실 타고 내릴 때 겁나 무서움)를 이용해서

어떻게든 탈 수 있겠다 싶은데

버스는 도대체 어떻게 타고 내리나 싶음

저상버스가 와도 타면서 울 것 같음

 

저 길 건너 빵집엘 가고 싶어도

왕복 8차선 이상이면, 그 긴 횡단보도를 내가 제시간 안에 건널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포기하게 됨

중앙선부근에 겨우 도달하면 막 신호바뀌고 그럴것 같음

미안해요 운전자들.... 또 막 이러면서 자괴감에 빠질 것임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 목적지가 3층 이상이면 갈 수 없음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애인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됨

이 세상이 얼마나 사지 멀쩡한 사람들 위주로만 세워져 있는가를 깨닫고

깊이 반성하게 됨

목발 짚은 채로는 집 앞 슈퍼에서 우유 하나 조차 사 올 수가 없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고 내 스스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음을 깨닫고

더더욱 자괴감에 빠지게 되고 또다시 멘탈의 붕괴를 초래함

 

내가 아빠도 힘들게 만들고 사장님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힘들게 출근을 하고 있고

(드라이버 임금과 기름값으로 보험금 타 먹은 거 다 날리게 생김)

사장은 그렇다고 고마워하는 것 같지도 않아 (사장님 나빠요)

집에 오면 혼자 주방에 서 있기도 힘들어서 누군가가 계속 나에게 밥을 대령해 줘야만 하고

나는 그렇다고 식당에 편하게 가서 밥을 먹을 수도 없지

...... 이런 부정적인 생각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며 나의 골절 4주 차는 가장 심한 정신적 피폐함으로 점철되었다.

 

 

여러분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골절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자괴감에 빠져있을 필요 없습니다.

내가 받은 도움만큼 나도 남에게 돌려주면서 살자구요.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손이 되어주고 발이 되어줍시다.

그리고 다리 골절 환우분들

유튜브 들어가면 '목발 짚는 법'에 관한 웰메이드 동영상이 엄청 많아요.

계단 오르내리기 스킬 같은 거 배울 수 있으니 꼭 한 번씩 보십시오!

 

한 번 골절되었던 뼈는 예전보다 더 단단하게 붙는다고 합니다.

우리의 바스라져버린 멘탈도 더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앞 선 이야기는 아래의 포스팅을 참조..... 아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처절한 골절 일기는 계속....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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