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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야

[골절 일기#7] 제5중족골(발등뼈) 골절 6주차 - 반깁스 드디어 탈출! 이족 보행의 시작

2020년 1월 17일 출장지에서 골절 후 깁스 및 수술을 거쳐

벌써 골절 6주 차에 들어섰다.

 

그동안 생전 처음 겪어봤던 온갖 종류의 어렵고도 서러운 일들에도

슬슬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

 

골절 선배들이 이야기 했던 것처럼

깁스한 다리는 근육이 모두 빠져

앙상해져 가고 있다.

나중에 깁스 제거 후 두 다리로 걷게 되면

근육이 빠지고 굳은 다리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틈틈이 발목도 움직여 가며 사전 운동을 조금 해놓으려고 노력 중이다.

 

근육이 빠져 종아리 살이 낭창낭창해짐

 

무릎까지 깁스를 하고 다니자니

(통깁스는 다리에 딱 붙는 fit 한 맛이라도 있지만 반깁스는 부피도 크고 영....)

패션에 관한 모든 것은 포기한 지 오래다.

내가 가진 가장 편한 신발과 

가장 넉넉한 하의를 입어야 함

심지어 6주 차쯤 되니

나의 오른쪽 신발(나는 오른 다리에 깁스를 하였음) 한 짝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한 달 이상 왼쪽 신발만 신고 다니다 보니

오른쪽 한 짝들이 사무실에 있는지 엄마 집에 있는지 차에 놔뒀는지 기억이 안 남.

 

수술 후 퇴원하던날, 남친은 내 왼쪽 신발만 소중히 챙겨 나오고 우리는 오른쪽 신발은 까맣게 잊은채 입원실에 남겨놓고 그냥 퇴원해 버리고 만다. 심지어 오른쪽 신발을 입원실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퇴원 후 2주 후쯤에나 깨닫게 됨

 

술도 물론 마시지 못했음

술이 뼈가 붙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못 마신 이유도 있지만

술 마시고 혹시라도 몸에 중심을 잃어 또다시 나자빠질까봐 무서워

술을 마실 수가 없음

 

위험하니까 집에서 맥주라도 간단히 마셔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 다리를 하고 화장실까지 기어 다니며 계속 들락날락할 생각을 하면

(맥주 마시면 다들 화장실 겁나게 자주 가야 하잖아요? 그치요?)

잠자코 얌전히 있는 것이 상책이겠다 싶음

 

 

그렇게 거의 모든 사회적 활동 및 모임은 단절되었던 6주를 보내고

2월 28일 다시 병원에 가는 날이 되었다.

아, 오늘은 혹시 깁스를 벗어도 된다고 하지 않으실까

큰 기대를 갖고 병원에 갔으나

우리 츤츤 츤데레 선생님은

앞으로 목발은 한쪽만 짚고 깁스한 다리를 땅에 디뎌가며 걷는 연습을 하라고 하신다.

 

아....선생님...

제발, 이제 깁스를 좀 벗으면 안 될까요.

저희 아버지가 3주간 매일 270km씩 운전하시면서

저를 출퇴근시켜주고 있습니다.

아버지께도 너무 죄송하고... (기름값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제발 제 스스로 운전이라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애걸복걸하니

 

그렇다면 특수 신발을 신고 깁스는 벗으라는 처방을 내려주셨다!

이 신발을 신고 운전은 할 수 있되

앞으로 2주간은 이동시 계속 목발을 짚을 것

그러는 동안 다친 다리로 땅을 딛고 걷는 연습을 같이 할 것

그리도 한 달 뒤에 다시 병원을 방문하라고 하셨다.

 

드디어! 드디어!

나는 깁스를 탈출하고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려 운전하기까지 6주가 걸렸고

목발은 8주 차까지 짚고 다녔으며

특수 신발을 신고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걷는 연습을 하고

무려 10주 차가 되어서야 특수 신발도 벗고 내 두 다리로 걷기 시작할 수 있었다!

 

한 짝에 5만원이나 하는 특수신발. 요 근래 내 이런 비싼 신발을 사 본 적도 없소만... 심지어 한 짝인데 5만원이라니 (이와중에 컬러는 맘에 들음 읏흥)

 

골절 후 내 다친 다리에 일반 신발을 다시 신을 때까지

꼬박 10주가 걸린 것이다!

그 기분은 정말 그 기분이란!!!

10주간의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겪어보지 못한 자는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새신을 얻어 신고 상쾌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선다.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날아갈 것만 같다.

1월 중에 골절을 당했는데 3월이 되어서야 서서히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니

골절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나마 나는 골절 부위도 작고 가벼운 골절인데도 이 모양인데

사고로 뼈가 으스러지고 쇄골이나 대퇴부처럼 치료도 회복도 어려운 부위의

골절 환우분들은 얼마나 힘든 날들을 이겨내고 계실까 싶다.

 

결론적으로 현재 2020년 10월, 골절 후 9개월이 지난 지금의 나는

내 두 다리로 잘 걷고 잘 뛰고 있다.

자꾸 의식적으로 다쳤던 다리에 힘을 주고

발목을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걸으려 하는 버릇이 남아 있어 (마치 깁스를 한 것처럼)

처음에 자연스럽게 걸으려고 많이 신경을 써야 했다.

다친 다리의 모든 관절과 근육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나중에 걸음걸이도 관절도 근육도 모두 이상하게 고착화된다고 하니

이 점을 유의해야 할 듯

 

내년 1월, 즉 골절 수술 후 1년이 되는 시점에

나는 중족골에 박아놓았던 나사 2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다시 한번 받아야 한다.

입원이 필요 없고 부분 마취로 간단하게 진행하는 수술이라고 하는데

나의 마지막 골절 일기는 이 수술이 마무리되는 그 날이 될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시간은 흐르고, 골절환자에겐 흐르는 시간이 치유이고 약이다.

당장은 너무 괴롭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낫게 되는 병이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골절 환우분들 모두 지금의 현실에 너무 지치거나 자괴감에 빠지지 마시고

느긋한 마음으로, 인생 한 템포 쉬어간다 생각하십시오!

뼈가 붙는 그날까지 화이팅입니다!

 

저도 이제는 파란불이 꺼지기 전에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게 되었다구요!

내년 1월에 골절 일기#8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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