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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이야기야

[좋좋소 감상기] Ep.01 중소기업 면접 특 - 흑역사와도 같았던 나의 중소기업 시절을 소개합니다

 

시사인의 한 칼럼에서 요즘 그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유튜브 이과장 채널의 '좋좋소'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중소기업의 실태를 정말이지 리얼하게 풀어내었다는 이 콘텐츠에

호기심이 생긴 것은 어쩌면 나에겐 당연한 일.

나는 불과 며칠 전에 그 중소기업에서의 ㅈ같은 삶에서 막 탈출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대기업, 전문직, 자영업 - 이 모든 직종에도 나름의 고충과 부조리가 만연해 있겠지만

중소기업 -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 이 가진 정말이지 구토를 유발하는 '말도안됨'이란..

 

[좋좋소 Ep.01 - 중소기업 면접 특] 편을 감상하며

나의 그 시절 면접을 떠올려본다. 아, 과거의 나.... 정신 차리고 거기서 뛰쳐나왓!! ㅠㅠ

 

주인공 조충범은 이렇다 할 이력도 없다.

계속되는 면접 낙방.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

 

갑자기 면접을 보러 올 수 있냐는 전화를 받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지금' 면접이 가능하냐는 질문.

미리 기획하고, 준비하고, 기다리는 미덕 따위는 소기업에 기대하지 마시라.

그들은 이러한 즉흥적인 의사결정을 이렇게 설명하곤 하지.

우리는 대기업처럼 불필요한 품의/결재 시스템 및 의사결정의 절차를 간소화하여

의사소통과 전달체계를 가장 빠르게 최적화하였다.

의사결정까지의 이 놀라운 스피드를 보라!

이것이 대기업과 견주었을 때의 소기업의 경쟁력이다!

 

결국 의사결정이라는 것은 사장 마음대로의 것인데

그놈의 의사결정이 얼마나 초스피드이며 (검토라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냐?)

또한 얼마나 변덕스러운 것인지 (당장 주문하라고 시켜놓고 5분 후에 그냥 취소시키라니, 님 제발 좀요....)

아무런 증빙자료도 남지 않는 사장의 결정 따위

나중에 사장은 자기의 결정은 기억조차 하지 못함. (야, 니가 그렇게 한 거 아니냐??소리가 18번임)

자료가 없으니 찾지도 못함.

뒷수습은 고스란히 나의 몫.

 

어찌 되었든, 당장 취직에 목말라 있던 주인공 조충범 씨는 

정승네트워크라는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데...

 

이야..... 몇 되지도 않는 직원이 오늘 회사에 면접이 있는지 모르고 있음.

내가 그 회사 면접 볼 때도 그랬지. 직원들이 내가 왜 온 건지 몰라.

나중에 그 회사 경리 충원 면접 때도 그랬지. 직원들이 이 여자들이 아침저녁으로 왜 사무실에 오는지 몰라. 

 

좋좋소의 사장 등장.

(캐스팅 찰떡같네 ㅋㅋㅋ 느낌있숴 ㅋㅋㅋ)

이런 사장 나도 모시고 있었음.

머릿속에 아무것도 저장하려 들지를 않음

이러다 당신 처자식 이름도 내가 알려줘야 할 판이오!!

 

나도 소기업 2년 차에 접어들 때쯤 사무실에 경리 자리가 공석이라 구인을 하게 되었다.

물론 구인공고/광고를 올리는 것도 나의 몫.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끌려고 공고 내용을 멋들어지게 쓰려니

겁나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그냥 대충 써버리고 걸릴 놈만 걸려라 하자니

아무도 지원을 안 할 것 같아서 똥줄이 타고..... 하아

 

제가 소기업 면접을 보던 날에도 

저 '이사 드립'이 있었더랬죠.

이런 곳에서 내가 일할 수 있는 걸까 수심이 가득 찬 내 얼굴을 보았는지

사장은 우리 다음 달에 이사 간다는 얘기부터 꺼내 들었음.

심지어 우리 사무실 옆엔 사장님 개인 집도 붙어있었음.

아침에 출근하면 사장이 머리 떡진채로 양치도 안 하고 와서 앉아있다가

다 함께 화목한 분위기로 모닝커피를 마신 후에 샤워를 하러 나가는 너란 녀석....

(새벽같이 일어나 샤워를 하고 곱게 화장까지 마치고 출근을 하는 내가 미친년)

 

5인 미만 사업장 - 소기업의 사장은 (물론 모든 소기업이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는 내 것, 사업장은 나의 것, (몇 안 되는 직원은 나의 종)

나는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라는 전제가 마음 깊숙이 깔려 있음을 잊지 마세요.

그들은 이재용만큼 돈이 있지도 않으면서

아주 작고 귀여운 아주 자그마한 소인국의 황제처럼 굴지요. 

나는 황제다! (근데 니 영토 ㅈ만해)

 

그렇담 사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떡하느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라고 황제는 생각합니다.

 

중소기업 사장의 대부분이 맨땅에서 시작합니다.

 

그 좋은데에서 왜 나와서 그럽니까

 

빛나는 감투를 굳이 왜 벗어요!! (님이 거기 말뚝만 박았어도, 야!!)

 

 

사장님은 조충범씨가 궁금하지 않아요.

아마 출근을 해도 이름을 외우는데 며칠은 걸릴 겁니다.

사장님은 면접 내내 자기 자랑만 늘어놓아요. 자기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대기업은 지원하면서 이미 그 회사에 대해 우리 빠삭하게 공부하잖아요.

홈페이지에 회사연혁 이런 거 뒤져가며

근데 우리가 지원하게 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우리도 잘 모르니까

친절하게도 사장님이 직접 나서서 설명해 주시는 것이로구나 라고 생각해봅니다. (Shut up)

 

노래 한곡 시키더니 쿨하게 합격 날려주시는 사장님.

조충범씨는 이렇게 악의 구렁텅이에 첫 발을.... 아아아.... (가지마가지마가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