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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본 이야기야/해외 이야기야

[토스카나 숙소] 이탈리아 농가민박 - 아그리투리스모 파싸라쿠아 Agriturismo Passalacqua 숙박 후기 (3)

드디어 파싸라쿠아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파싸라쿠아에서 먹는 이야기이다.

 

파싸라쿠아의 기타 정보는

앞 선 포스트 두 개를 참조해주십시오.

 

[토스카나 숙소] 농가민박 파싸라쿠아 Agriturismo Passalacqua 숙박 후기 (1)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 해외로 떠나고픈 마음이 모두 한결같은 시대 아닐까. 눈물을 머금고 2019년 9월에 떠났던 이탈리아-스위스 여행 중, 추천하고 싶은 숙소를 몇 개 소개하고자 한다. 근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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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 숙소] 농가민박 파싸라쿠아 Agriturismo Passalacqua 숙박 후기 (2)

농가민박 잡기, 며칠 간의 불꽃 튀는 써칭으로 일찌감치 예약을 마치고 기대하던 Agriturismo Passalacqua로 떠나는 날. [길고 길었던 서론은 아래 글에서 확인] 2020/08/20 - [떠나본 이야기야] - [토스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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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난히 숙소에서 제공되는 조식에 목숨을 거는 스타일인데

여행을 같이 간 동행이 아침을 거르고 잔다고 해도

혼자라도 묵묵히 식당으로 내려가 정찬스러운 조식을 챙겨먹는 타입.

아침에 잠도 많으면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는 잘 모름.

조식이 포함된 숙박이라면, 이 조식의 퀄리티가 숙박의 만족도를 좌지우지할 정도임.

 

여하튼, 내가 파싸라쿠아의 정보를 찾아 헤매던 중에 알게 된

몇 안 되는 정보중,

파싸라쿠아에선 아침에 무려 야외테이블에서 그림 같은 조식을 차려주는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

우와 이건 안 먹지 않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부정어가 네 번이나 들어가는 어려운 한국어)

 

2박 3일 일정에, 9월 8일 오후 4시 체크인이었으므로

내가 계획해야 하는 식단은

9월 8일 - 저녁

9월 9일 - 아침/점심/저녁

9월 10일 - 아침 

여기까지 였음.

 

9월 8일 체크인 후 짐 풀고 정리하고 하면 이미 저녁식사 시간이 되므로

간단히 싸가지고 간 음식을 직접 해 먹기로 함.

유럽여행 중 식비를 아끼느라 음식 싸들고 다니고 슈퍼에서 사다 먹고 뭐 이런 의미도 있겠으나

이번 여행의 경우 나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의 평균 연령이 60세 이상인 그룹이었으므로

중간중간 한식을 배식하지 않을 경우 여러모로 심각한 대미지를 입게 됨. (고모부 밥 먹다가 화내시고)

대신 우리 어머님들 모시고 다니면 좋은 점은 무어냐,

알뜰살뜰하게 필요한 것들 엄청 잘 챙겨들 오심.

말 안 해도 알잖아요? 유럽에서 진미채에 장조림, 닭죽도 끓여먹어요?

그리하여 도착 날 저녁은 숙소에서 간단한 한식을 잡수시게 됨.

 

대망의 이튿날, 기다렸던 조식을 먹게 됩니다.

체크인하기 전, 이메일로 집주인에게 조식 신청을 해놓았었지요.

금액은 인 당 8유로입니다. 유기농 아침식사 커피 포함 8유로. 놓치지 마세요!

 

야외의 조식테이블 앞에서 한식파 분들도 약간 흥분을 감추지 못한 표정입니다 (그러나 표정은 잘라냄)

 

전날 밤에 주인장이 친절히 물어보죠. 내일 아침 조식은 몇 시에 어디에서 먹겠어?

시간과 장소(숙소 안에서 먹을지, 야외에서 먹을지, 야외라면 어느 위치가 좋을지)를 미리 알려주면

다음날 아침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 조식 테이블이 차려집니다.

 

아침부터 눈부신 커피와 토마토 부르스케타
빵과 프리타타

일단 우유(이거 말도 안 되는 맛임. 한국과 소가 대체 얼마나 다른 것임?)

커피(우유가 맛있으므로 꼭 우유 타서 드셈. 이탈리아 가서 아메리카노는 쫌 아니잖아요)

각종 티와 물이 마실 것으로 준비되고, 거의 무한 리필됨.

 

빵과 호박을 넣어 만든 프리타타가 나오는데

프리타타를 한 점 더 드신 고모부가 원망스러울 정도의 맛이었음.

뭐니 뭐니 해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토마토 부르스케타!

빵이 맛있는 데다가 토마토가 장난 아닌데 뿌려진 올리브유도 환상적

여기에 바질 뿌리고 소금만 쳤을 뿐인데, 강남에 여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그것을 뺨치는 맛이었음.

(거기에 플러스 야장 분위기)

이 거 잘못 먹으면 토마토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 거 알죠?

맨손으로 허겁지겁 쏟아져내린 토마토 주워 먹느라 무아지경 됩니다.

 

후식 과일과 아껴먹는 중인 부르스케타

 

무화과와 과일 샐러드 볼이 후식으로 나옴.

아 너무 감동적이고

이제 조금 춥습니다. (9월 초의 토스카나의 아침 추워요)

참고로 모든 과일과 야채 올리브유 등, 웬만한 재료는 모두 파싸라쿠아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것들임.

 

행복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근교에 짧은 나들이를 다녀온 후 숙소에 돌아오면

저녁을 먹을 시간.

디너 서비스 역시 미리 예약을 해 놓았었음.

디너는 인당 30유로로, 3가지 코스로 진행되며 하우스 와인이 제공됨.

육류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미리 얘기해놓으면 채식 식단을 서비스받을 수 있음.

 

 

우리 숙소 거실 테이블에 예쁘게 셋팅을 해놓으심 (열어놓은 현관문으로 날벌레 돌진해옴 주의)
[코스 1: 무화과와 호두, 꿀을 올린 치즈 부르스케타 + 하우스 와인]

 

따끈한 부르스케타 한 입 베어 물면, 아 천국이로구나.

생각보다 빵이 거대함. 외제 음식에 약한 사람이라면 끝까지는 힘들 수도 있는 맛임.

(나는 너무 만족했고 고모부는 3분의 2 정도 흡입 시 짜증 조금 내셨음)

하우스 와인은 각 일 잔 정도는 무료로 제공 하고

레드 와인 1병 추가 시, 15유로임.

 

[코스 2: 파스타]

 

볼로네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토마토 베이스의 포모도로 파스타를 주인 집네 할머니 방식으로 만든 것이라고 들었던 듯.

사실 요것은 아주 특별하거나 눈이 떠지는 맛은 아니었고

이탈리아 가정에서 편하게 해 먹는 한 끼 식사와 같은 느낌이었음.

나쁘다는 소리는 아님. 개인적으로 나는 아주 좋았음.

 

[코스 3: 돼지고기 찜요리와 파프리카 곁들임]
뒷편의 참이슬만이 고모부 위장의 느끼함을 쓸쓸히 달래주고 있다

 

 

마지막 코스는 돼지고기 찜요리. 역시 주인장네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레시피라고 했다.

밀라노 지방에서 유명한 오소부코(토마토소스 베이스로 오래 끓여 만드는 소고기 다릿살 요리)와 비슷한 느낌의 요리라고 상상하면 될 것. 푹 잘 삶아서 질기지 않고 육질이 입안에서 흐드러진다.

같이 제공되는 빵과 함께 먹으면 찰떡 조합. 오일 범벅인 파프리카를 함께 먹어도 조화롭다.

(그렇지만 엄마는 돼지고기에서 누린내가 난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누린내가 싫다고 하셨어)

 

요리마다 정성이 가득한 것이 느껴지고, 각각의 요리만 놓고 보자면 꽤 훌륭하다 할 수 있겠으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코스의 베이스가 비슷한 종류여서

연달아 먹기에 쉽지 않았고 쉽게 물린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첫 번째 코스도 느끼한 종류의 Warm Dish였지.

그렇지만 여기는 토스카나이고 이 디너는 고작 30유로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됨.

(세세하게 따지기 시작할 것이면 미쉘린 쓰리스타 받은 집에나 가야 하는 것 아니겠음?)

 

슬프게도 어김없이 떠나야 할 날은 오고야 말았고

우리는 파싸라쿠아에서의 마지막 조식 테이블을 받게 된다.

 

토마토 부르스케타 어게인 앤드 프라이드 에그&쭈키니
무화과, 견과류, 꿀을 곁들인 홈메이드 요거트

 

아름다운 곳, 아름다운 식사가 있는 Agriturismo Passalacqua.

토스카나 여행에 대한 꿈과 환상을 이곳에서 완성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많은 사람들이 토스카나 여행을 꿈꿀 수 있기를.

우리에게 꿈꿀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를 바라며.

 

epilogue. 

체크아웃 직전, 구매한 올리브유를 캐리어에 쑤셔 넣으며 저절로 욕을 발사함.

스위스까지 끌고 다니며 올리브유를 구매했던 과거의 나를 저주함.

현재 나는 나의 주방에서 그때의 올리브유로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먹으며

더할 나위 없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