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COVID-19와 함께 하게 될 줄은 어느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존재 조차 모르고 살아왔으니
올해 초, 우한 폐렴이 기승이라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던 즈음
아는 후배의 부모님께서 일찌감치 예약해 놓았던 칭따오 여행을 취소해야 하나 고민 중이시라는 얘기를 듣고
우하하하 우한이 칭따오에서 얼마나 먼데, 별 걱정을 다 하신다며
큰 일날 소리를 하고 앉았었다.
마스크에 코와 입을 숨긴 채
내 다리는 국내에 발목을 잡힌 채로 살자니
무어 그리 해외로 나가고 싶은 욕구만 간절한지 원
집 근처 대형마트에도 마음 편히 나갈 수 없는 생활
(광화문 집회는 도대체 왜 해가지고서는 하아)
떠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일주일 간의 여름휴가를 받게 되었다.
멀리는 가지 못할 것 같아 지난달에 예약해 놓은 여수 숙소에 가도 되는 걸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 요상하지
나가지 말라니 왜 이리 해외로 나가고 싶은가
지난 10년간 연락도 없이 지내던 독일 사는 내 친구는 또 왜이리 보고 싶은 것인지
반일 불매운동이고 나발이고 간에 마쓰야마는 왜 자꾸 가고 싶은 게야
현실은 며칠 안에 코로나 확산 상황이 조금 진정되어
예약해 놓았던 여수 숙소에 무사히라도 도착하면 다행이라는 것
코로나도 이상기후도 결국 모두 우리가 자초한 일 임을 모두가 조금은 인지하고 있는 요즘일 듯.
길었던 장마가 드디어 끝나던 날, 집 밖으로 나서자 눈이 부시던 햇살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더라.
마치 평생 동안 땅 속 두더지로 살았던 것처럼
해라는 것을 난생처음 보는 사람처럼
어떠한 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라고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우리가 자연에게 동물에게 지구에게 가했던 무차별한 학대를 떠올린다.
분리수거를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
나만 열심히 하면 뭐해, 무슨 소용이 있겠어 라는 생각 절대 금물
나라도 꿋꿋하게 홀로 진격해 나가리라는 심정으로 화이팅해야 함
여행사 다니는 친구도 걱정
다음 달 아기 낳는 친구도 걱정
결혼식 예정해둔 사람들은 어쩌지
피씨방 노래방 뷔페식당에 내가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걱정까지 하고 앉아 있다.
(근데 이 분들 기본적으로 일단 나보다는 부자인 듯. 누가 누굴 걱정)
이 암담했던 시절도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마스크 벗고 하하하 비말 튀어 가며 함께 이 시절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여름휴가 중이나, 8.15집회의 여파로 집에 발이 묶여버린
어느 직장인의 슬픈 주절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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